나는 네 살 때부터 게임을 했다. 286 컴퓨터로 돌아가던 폭스레인저가 시작이었다. 키보드 조작은 서툴렀고 모니터 속 해골 보스는 무서웠다. 아버지는 어느 날 퇴근길에 '굿보이'라는 짝퉁 패미컴을 사 오셨다.
나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로드레이지와 F1, 마리오를 하고 록맨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자 486 컴퓨터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그랬다. 나는 화면 속 세상과 함께 컸다.
세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에 몰려갔다. 하지만 의미 없는 노가다와 맹목적인 경쟁은 내가 알던 게임의 냄새가 아니었다. 나는 내 방에 조용히 앉아 콘솔과 PC 게임의 엔딩을 보았다.
게임을 좋아했으므로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개발을 배웠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주변의 훈수와 시류에 떠밀려, 정작 내가 알지도 못하는 모바일 게임의 껍데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개발자로 살았다. 어느 날 검은 모니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보는데, 정작 내가 사랑하는 게임은 단 하나도 만들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도전을 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1인 개발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나를 위해 만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임, 내가 좋아하는 세계. 하지만 작년, BIC와 비버롹스의 부스에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부스 한구석에 서서 내 게임에 빠져든 사람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세계 안에서 길을 찾고 기뻐했다. 게임은 결국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이 나를 쳤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2026. 6. 3. 14:35